[조성진의음치불가] 셀린 디옹
[중앙일보] 호흡에는 들숨과 날숨이 있다. 들숨은 성대를 건조하게, 날숨은 습하게 한다. 호흡하는 방식은 크게 들숨의 양이 많은 흉식호흡과 들숨의 양이 적은 복식호흡으로 나뉜다. 흉식호흡의 장점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의 공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왜 노래할 때 복식호흡을 권하는 것일까? 들숨은 성대를 건조하게 해 목에 무리가 가지만 복식호흡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입이나 코 하나를 통해서가 아니라 입과 코로 동시에 호흡을 해 1~1.5초 내외로 폐에 공기를 가득 채울 수 있게 한다. 그러다 보니 비축한 만큼 노래할 때 공기를 적절히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노래를 많이 해본 사람은 공기, 즉 호흡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노래의 완성도가 180도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보컬 고수들의 호흡 조절은 가히 예술적이다. 폐활량이 크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호흡법을 재빨리 익혀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역화한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로 잘 알려진 'My Heart Will Go On'이나 'Power of Love' 등을 불러 세계적인 인기를 끈 셀린 디옹. 외모로만 본다면 결코 크지 않은, 오히려 약해 보일 정도지만 호흡과 발성에 대한 내공으로 자신의 기를 배가시켰다. 마치 온몸의 기를 자유로이 조절해 자신보다 훨씬 큰 체구의 상대를 일격에 쓰러뜨리는 무술 고수처럼 말이다.
디옹은 자신의 강한 기를 직선적으로 쏘아 대는 창법을 구사한다. 음역대가 바뀌면 본능적으로 성대에 자극이 가해지며 소리가 옹골차게 뻗어 나가기가 힘들다. 많은 연습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데,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음에 엄청난 파워를 실어 지속적으로 뽑아낸다. 잘 단련돼 자연스러워진 복식호흡을 통해 폐활량과 파워, 음량 등을 강화시킨 덕이다. 무엇보다 그런 소리가 고음역에서도 시원스럽게 뻗어 나간다는 것이 그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일반인이 그것을 무작정 따라하면 힘들어 목에서 피가 나올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하다. 진성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소리는 고음역에서도 흩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밀집돼 퍼진다. 선이 굵은 남성적 바이브레이션 처리도 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딴판이다. 스탠더드한 정통 창법의 소유자인 디옹에게선 성악가적 위풍마저 엿보인다. 어찌 보면 노래하는 방식도 전통적.고전적이며 보수적이다. 음악계는 그에게 8번의 그래미상과 7번의 빌보드뮤직 어워드 등을 안겨주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2장의 다이아몬드 앨범(1000만 장이 넘게 팔린 앨범)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시원스러운 카리스마적 창법의 소유자에게 그만큼 열광적인 사랑을 보낸 것이다. 요 몇 년 동안 이렇다할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 디바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조성진 음악평론가.월간지 '핫뮤직' 편집장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8-03-31 11:22:07 자료실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0-10-28 12:14:43 목소리비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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