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도 성형?… 취업준비생 등에 인기 발성치료연구원에서 서동일 원장(左)이 수강생에게 북소리를 들려주며 발성 요령을 지도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경기 안양시에 사는 진모(27.여)씨는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지금까지 50여 개 기업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면접시험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진씨는 그 이유가 자신 없는 인상을 주는 가냘프고 떨리는 목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친구의 권유로 얼마 전 목소리 전문 병원을 찾아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진씨는 "목소리 떨림 현상이 크게 나아져 면접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미지는 경쟁력'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목소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취업전선에 나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목소리 성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목소리 좋아야 사회생활 성공=노량진 학원가에서 '잘나가던' 수학강사였던 이원종(32)씨는 2년 전부터 쉰 소리가 나며 바람이 새는 듯한 발음으로 곤란을 겪었다. 급기야 하루 한 시간 강의하기도 힘들어지면서 학원을 그만둬야 했다. 결국 올 8월 수소문 끝에 음성치료연구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이씨는 "발성 연습과 복식호흡을 꾸준히 한 덕분에 목소리가 한결 나아졌다"며 "다시 강사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라 말했다. 연세대 3학년 조모(21.여)씨 역시 '기어드는 목소리'로 곤란을 겪었다. 중학교 때부터 발표할 때만 되면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웅변학원도 다녔지만 별무신통이었다. 그래서 지난달부터 전문 병원을 다니고 있는 조씨는 "평소 대화 때는 별문제가 없지만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면 제 목소리가 안 나온다"며 "내년부터 취업전선에 나서야 되는데 이 상태로는 취업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목소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컨설팅에서 전문 병원까지=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서동일(52)씨가 운영 중인 '발성 치료 연구원'은 요즘 하루 15 ~ 20명이 찾아오는데 대부분 '목소리가 얇아 박력 없어 보인다''너무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에 불편하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발성.호흡법을 집중 훈련한다. 지난해부터 '보이스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기업과 학교에서 강의 중인 경희대 성악과 출신 김창옥(34)씨는 "목소리에도 사람마다 고유한 인상이 있다"며 "말을 잘하려면 평소 생각과 생활태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량의 보톡스를 성대에 주사해 목소리 떨림을 완화시키는 음성 성형수술도 인기다. 음성센터를 운영하는 Y이비인후과의 경우 음성 성형수술 건수가 2004년 120건에서 지난해 144건으로 늘었다. 대한음성언어의학회 최홍식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과거엔 주로 목소리 질환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면 요즘은 음성을 고쳐 경쟁력을 높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출처 - 중앙일보 200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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